No. 1

유기견은 아직 문 쪽을 보고 있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6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1번 「유기견은 아직 문 쪽을 보고 있다」 수록 그림

문은 닫혀 있다.
닫혔다는 사실보다
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먼저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유기견은 앉아 있다.

기다린다는 말 없이,
몸이 기억한 방향으로
고개를 두고 있다.

바닥은 차갑고
공기는 여러 번 바뀌었지만
문 앞의 시간만은
움직이지 않았다.

부르지 않는 이름들이
지나간 뒤에도
유기견은 그쪽을 본다.
누군가 나오지 않을 쪽을.
희망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열렸던 적이 있는 문을
몸이 아직 잊지 못했을 뿐이다.

그래서 오늘도
유기견은
아직
문 쪽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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