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33

유기견의 귀는 아직 열려 있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84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33번 「유기견의 귀는 아직 열려 있다」 수록 그림

유기견의 귀는
접히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바람이 지나갈 때
먼저 흔들렸고
의미는
항상 나중에 도착했다
쇠창살이 울리는 소리와
봉지가 스치는 소리는
같은 높이에서
구분 없이 머물렀다
유기견은
신호를 선별하지 않는다
되돌아올 것과
사라질 것을
미리 판단하지 않는다
밤마다
멀어지는 발소리,
비에 섞인 기침,
이름이 아닌 부름까지
모두
열린 쪽으로 흘려보냈다
귀를 닫는 일은
안전해 보였지만
닫힌 뒤에 오는 고요가
더 위험하다는 것을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기대는
가능성을 가르는 행위이고
유기견에게
그 기준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소리는
여전히 통과했다
반복된 부재가
청력을 마모시켜도
귀는
완전히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아직 믿는다고
그러나 그것은
믿음이 아니라
아직
단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유기견의 귀는
희망을 향해 세워진 것이 아니다
다만
마지막을
미리 선언하지 않은 상태로
사회가
문을 닫아온 동안
유기견의 귀만
열린 채
이곳의 소음을 견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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