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41

유기견은 손이 오지 않아도 움직이지 않는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08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41번 「유기견은 손이 오지 않아도 움직이지 않는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손이 오지 않아도
움직이지 않는다
다가오지 않는 것이
이미 여러 번
증명된 이후에도
몸은
먼저 나서지 않았다
손은
보통
의도를 동반하지만
유기견에게
의도는
자주 철회되었다
그래서
기다림의 기준은
거리였다
닿을 만큼 가까워질 때까지
유기견은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멈췄다는 뜻이 아니라
판단을
아직 유보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손이 오지 않는 동안
공기는
여러 번 바뀌었고
사람은
그 앞을 지나갔다
그러나
몸은
같은 각도로
남아 있었다
먼저 다가가는 일은
기회를 늘리지 않는다는 것을
몸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겁이 많다고
그러나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손이 오지 않은 경우의
결말을
기억하고 있다는 뜻이다
유기견은
손이 오지 않아도
움직이지 않는다
사회가
도움의 제스처를
끝내 완성하지 않는 동안
그 몸만
결과를
앞당기지 않으며
아직 오지 않은 손을
가만히
남겨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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