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47

유기견은 기다림을 내려놓지 않는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26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47번 「유기견은 기다림을 내려놓지 않는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기다림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는다
처음부터
손에 올려둔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기다림은
쥐는 물건이 아니라
자세에 가까웠다
앉아 있는 각도,
움직이지 않는 선택,
눈을 먼저 피하지 않는 방식
그 모든 것이
기다림의 형태였다
내려놓는다는 말에는
무게를 인식하는
순간이 필요하지만
유기견에게
기다림은
이미 몸의 중심에 있었다
옮길 수 없었고
치울 수도 없었다
시간이
아무 성과 없이
겹쳐질수록
기다림은
더 낮은 곳으로
가라앉았다
눈에 띄지 않게
그러나
사라지지 않게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는 내려놔도 된다고
그러나
내려놓으라는 말은
짊어진 적 없는 쪽의
조언에 가깝다
유기견의 기다림은
책임처럼
처음부터
떼어낼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그래서
유기견은
기다림을 내려놓지 않는다
사회가
가볍게 관계를 풀어내는 동안
그 기다림만
끝까지
몸의 중심에 남아
오늘도
움직이지 않은 선택으로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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