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56

유기견은 발자국이 멀어지는 법을 안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57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56번 「유기견은 발자국이 멀어지는 법을 안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발자국을
붙잡지 않는다
멀어질 때의
속도를
몸이 먼저 기억한다
가까울 때보다
떨어질 때가
더 분명했다
소리는
뒤로 갈수록
얇아졌고
간격은
길어졌다
유기견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발자국이 멀어진다는 것은
방향을 잃는 일이 아니라
되돌아오지 않는
패턴을 완성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유기견은
뒤따르지 않았다
따라가도
거리만 늘어난다는 것을
이미 여러 번
몸이 배웠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왜 쫓지 않느냐고
그러나
쫓지 않는다는 것은
관계를 포기했다는 뜻이 아니라
이미 끝난 움직임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선택에 가깝다
유기견은
발자국이
멀어지는 법을 안다
사회가
떠나는 속도만
가속할 때
그 몸만
멀어지는 간격을
끝까지 계산하며
다시 이어지지 않는
거리 앞에서
조용히
멈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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