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62

유기견은 하루를 문 앞에 남긴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74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62번 「유기견은 하루를 문 앞에 남긴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하루를
가지고 가지 않는다
지나온 시간은
몸에 쌓이지 않도록
문 앞에
내려놓는다
남긴다는 것은
버린다는 뜻이 아니라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겠다는
표식에 가깝다
문 앞에는
오늘의 기척이
아직 남아 있었고
유기견은
그 위를
다시 밟지 않았다
하루의 끝은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멈추는 일이었다
문이 열리지 않은 채
저녁이 오면
시간은
자연스럽게
이 앞에 모였다
유기견은
그 시간과 함께
속도를 낮췄다
내일로 가져가면
기다림이
겹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내일이 다시 온다고
그러나
다시 온다는 말은
지나갈 수 있을 때의
언어다
유기견의 하루는
문 앞에
남겨졌고
그 남겨짐은
끝이 아니라
더 이상
앞으로 가지 않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유기견은
하루를
문 앞에 남긴다
사회가
시간을
계속 다음으로 넘길 때
그 하루만
여기에 남아
열리지 않은 문과 함께
조용히
머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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