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66

유기견은 남겨진 공기를 믿는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84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66번 「유기견은 남겨진 공기를 믿는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사람을 믿지 않는다
사라진 것은
이미 여러 번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대신
남겨진 공기를
믿는다
문이 닫힌 뒤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
온도,
움직임이 멈춘 뒤에야
제자리를 찾는
공기의 결
그것은
거짓을 만들지 않았다
공기는
오겠다고 말하지 않았고
떠나겠다고도
약속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기견은
그 안에
몸을 둔다
남겨진 공기는
설명하지 않지만
사라지지도 않는다
기대 없이
머무는 법을
알고 있었다
유기견은
그 성질을
신뢰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그러나
아무것도 없다는 말은
느끼지 않는 쪽의
판단이다
유기견에게
남겨진 공기는
여전히
여기에 있었다
사회가
관계를 지운 자리에서
그 공기만
끝까지
흐르며
유기견의 호흡을
조용히
받아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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