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75

유기견은 남은 것들 사이에 있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210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75번 「유기견은 남은 것들 사이에 있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사라진 것의
중앙에 서 있지 않는다
이미 남아 버린 것들
그 사이에
몸을 둔다
닫히지 않은 문,
치워지지 않은 그릇,
아직 식지 않은 공기,
다시 쓰이지 않는 이름의 자리
그것들은
완전하지 않았고
완성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유기견은
그 사이를
지나가지 않는다
선택하지도
정리하지도 않은 채
남아 있는 것들의
간격에
머문다
사라진 것만 바라보면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남은 것들 사이에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시간과
치워지지 않은 관계가
겹쳐 있었다
유기견은
그 겹침을
몸으로 안다
사람들은 말한다
왜 아직 거기에 있느냐고
그러나
거기에 있다는 말은
떠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끝내지 않았다는 의미에 가깝다
그래서
유기견은
남은 것들
사이에 있다
사회가
사라진 것만
기록할 때
그 사이에 남은
하나의 존재가
끝내 지워지지 않은 채
오늘도
조용히
여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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