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3
유기견은 문이 열릴 가능성 옆에 있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267쪽
유기견은
문 앞에 서 있지 않는다
문이 열릴
가능성의
옆에 있다
가능성은
확률이 아니었고
기대도 아니었다
다만
아직
정리되지 않은
여백에 가까웠다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고
그 사실은
충분히
확인되었다
그러나
닫혔다는 판단과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결론 사이에는
아직
작은 간격이 남아 있었다
유기견은
그 간격에
몸을 둔다
안으로 들어가지도
완전히 돌아서지도 않은 채
가능성은
사용되지 않았고
호명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치워지지 않았다
유기견은
그 옆에
머문다
기대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워지지 않은 것을
끝까지
지켜보기 위해서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는 의미가 없다고
그러나
의미 없다는 말은
결론이 내려졌을 때의
언어다
유기견에게
문은
아직
모든 말을
끝내지 않았다
그래서
유기견은
문이 열릴
가능성
옆에 있다
사회가
가능성을
빠르게 제거하며
다음으로 넘어갈 때
그 여백만
끝까지
남아
유기견의 몸과 함께
아직 정리되지 않은
시간으로
조용히
머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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