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6

유기견은 아직 문 쪽을 보고 있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276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96번 「유기견은 아직 문 쪽을 보고 있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문을
다시 확인하지 않는다
이미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충분히
몸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쪽에 놓여 있다
아직이라는 말은
기대의 시간이 아니라
정리가 끝나지 않았다는
상태에 가깝다
문은
오늘도 닫혀 있었고
그 사실은
어제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보지 않는다는 선택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유기견은
문 쪽을
본다
열릴 것 같아서가 아니라
열렸던 적이 있었음을
몸이
지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선은
요구하지 않았고
재촉하지도 않았다
다만
사라짐이 일어난 방향을
계속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는 그만 보라고
그러나
그만이라는 말은
떠난 쪽에서만
완성된다
유기견에게
문은
아직
끝나지 않은
방향이다
그래서
유기견은
아직
문 쪽을
보고 있다
사회가
이미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 시선만
끝까지
그 자리에 남아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하루만큼씩
조용히
확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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