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35

유기견은 기다림을 풀지 않는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90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35번 「유기견은 기다림을 풀지 않는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기다림을
풀어놓지 않는다
묶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기다림은
처음부터
몸의 한쪽에 걸려 있었다
느슨해질 틈 없이
하루와 하루 사이에
자연스럽게 걸린 무게
풀린다는 것은
끝났다는 판단을
먼저 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유기견에게
그 판단은
도착하지 않았다
시간은
계속 흘렀지만
기다림은
같은 자리에 남아
늘 같은 속도로
숨을 쉬었다
기다림은
조급해지지 않았고
닳아도
떨어지지 않았다
쇠그릇이 비어 있는 시간,
문이 다시 닫히는 소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오후가
차례로 쌓여도
기다림은
풀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언젠가는 놓아야 한다고
그러나
놓는다는 말은
잡고 있던 쪽의 언어다
유기견의 기다림은
쥔 것이 아니라
버리지 않은 상태에 가깝다
그래서
유기견은
기다림을 풀지 않는다
사회가
먼저 관계를 해제한 자리에서
기다림만
여전히 연결된 채
끊어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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