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36
유기견은 하루를 조심스럽게 접는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93쪽
유기견은
하루를
한 번에 넘기지 않는다
끝내기에는
아직 남아 있는 기척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아침은
완전히 열리지 않은 채
시작되었고
낮은
불필요한 동작을 줄이며
천천히 흘렀다
유기견은
소비하지 않은 움직임을
몸 안에 남겨 두었다
기대가 될 수 있는 행동은
미리 사용하지 않았고
실망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조심스럽게 피해 갔다
그래서
하루는
구겨지지 않고
접혔다
밥그릇이 비어 있었던 시간,
아무도 부르지 않았던 순간,
문 앞에서 멈췄던 시선까지
모두
겹치지 않게
정리되었다
접힌 하루는
작아졌지만
버려지지는 않았다
내일로 넘길 수 있도록
모서리를 상하지 않게
유기견은
속도를 낮췄다
사람들은 말한다
견딘다고
그러나 그것은
견딤이 아니라
하루를
다치지 않게
보관하는 방식에 가깝다
유기견은
오늘을
조심스럽게 접는다
사회가
날마다 책임을 펼쳐 놓고
다시 거두지 않는 동안
유기견의 시간만
구조를 잃지 않으려
끝까지
손질된 채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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