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39

유기견은 기다림을 버리지 않는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02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39번 「유기견은 기다림을 버리지 않는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기다림을
버리지 않는다
쓸모가 없다고
판단된 적도
처분된 적도 없기 때문이다
기다림은
짐처럼 놓여 있지 않았고
손에 쥔 것도 아니었다
몸의 일부처럼
처음부터
함께 남아 있었다
버린다는 말에는
선별과 결단이 필요하지만
유기견에게
그 선택은
주어지지 않았다
시간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지나가도
기다림은
떨어지지 않았다
비어 있는 그릇 옆에서
닫힌 문 앞에서
아무도 오지 않는 오후 속에서도
기다림은
조용히
자리를 유지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는 포기해야 한다고
그러나
포기는
잡고 있던 쪽의 언어다
유기견의 기다림은
붙잡은 적이 없기에
버릴 수도 없었다
그래서
유기견은
기다림을 버리지 않는다
사회가
책임을 쉽게 내려놓는 동안
버려지지 않은 것은
오히려
그 기다림뿐이었고
그 기다림은
끝까지
유기견 곁에
남아 있었다

이어지는 시는 시집을 구매한 독자에게 열립니다

YES24 주문 내역으로 구매 인증하면 100편의 시 전문과 모든 음악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시의 음악

음악 준비 중입니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27,300원 · YES24 판매
YES24 구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