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51

유기견의 시간은 항상 조금 늦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42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51번 「유기견의 시간은 항상 조금 늦다」 수록 그림

유기견의 시간은
항상
조금 늦다
사건은 이미 끝났고
사람은
다음으로 옮겨간 뒤였다
그러나
유기견의 시간은
그 자리에
한 박자 늦게 도착했다
문이 닫힌 뒤에야
공기가 멈췄고
발소리가 사라진 뒤에야
몸이
그 사실을 따라갔다
늦다는 것은
뒤처졌다는 뜻이 아니라
확인이 끝나지 않았다는
상태에 가깝다
유기견은
서두르지 않았다
먼저 넘어간 시간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몸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은
앞서가지 않았고
늘조금 뒤에서
정렬되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는 끝났다고
그러나
끝났다는 말은
빠른 쪽의 언어다
유기견의 시간은
항상
조금 늦게
도착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사실을
끝까지
확인한 뒤에야
다음으로
움직일 준비를 했다
그래서
유기견의 시간은
항상
조금 늦다
사회가
이미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 자리에서
그 시간만
아직 남아
뒤늦게
여기를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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