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60

유기견은 문이 다시 열릴 가능성을 남겨둔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68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60번 「유기견은 문이 다시 열릴 가능성을 남겨둔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문을
완전히 닫지 않는다
닫혀 있다는 사실과
다시 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같은 위치에
두고 있다
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지만
가능성은
치워지지 않았다
유기견은
그 둘을
구분하지 않았다
확신은
빨리 끝내는 쪽의 언어였고
유기견에게
끝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그래서
문 앞의 공간은
비워지지 않았다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다시 열릴 수 있다는 여지를
접지 않았다
가능성은
믿음이 아니라
정리를 미루는 방식이었다
유기견은
문을 바라보되
결론을
앞당기지 않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는 닫혔다고
그러나
닫혔다는 말은
가능성을 제거할 때
완성된다
유기견은
그 말을
끝까지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기견은
문이 다시 열릴
가능성을
남겨둔다
사회가
확정된 판단으로
다음으로 넘어갈 때
그 가능성만
문 앞에 남아
아직 정리되지 않은 시간으로
조용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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