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70

유기견은 돌아오지 않는 시간에 앉아 있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96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70번 「유기견은 돌아오지 않는 시간에 앉아 있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지나간 시간을
부르지 않는다
다시 올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몸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은
사건처럼 끝나지 않았고
기억처럼 정리되지도 않았다
그저
돌아오지 않는 쪽으로
굳어 있었다
유기견은
그 위에
앉아 있다
앞으로 가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않은 채
멈춘 시간의
가장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은
기다린다는 뜻이 아니라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지점을
받아들이는 자세다
돌아오지 않는 시간은
차갑지도
아프지도 않았다
다만
다시 겹치지 않는다는 사실만
조용히
전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왜 일어나지 않느냐고
그러나
일어난다는 말은
다음이 있을 때의
언어다
유기견에게
그 시간은
이미 지나갔고
그러나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유기견은
돌아오지 않는 시간에
앉아 있다
사회가
시간을
앞으로만 밀어낼 때
그 자리에 남은
하나의 몸만
끝내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조용히
받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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