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71

유기견은 부르지 않아도 대답한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99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71번 「유기견은 부르지 않아도 대답한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이름을 듣지 않아도
반응한다
부름이 아니라
공기의 변화,
시선이 머무는 길이,
발걸음이 멈칫하는
그 이전의 신호에
몸이 먼저
응답한다
대답은
소리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고개를 조금 기울이는 각도,
자세를 낮추는 속도,
눈을 바로 들지 않는
그 선택들
그것이
유기견의 대답이었다
부르지 않는다는 것은
묻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묻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유기견은
요구받지 않은 질문에도
몸으로
응답해 왔다
사람들은 말한다
왜 먼저 반응하느냐고
그러나
먼저 반응하는 일은
기회를 잡기 위함이 아니라
놓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방식이다
유기견은
부르지 않아도
대답한다
사회가
질문을 철회한 이후에도
그 몸만
여전히
응답의 자세를 유지한 채
아무 말 없는 부름을
끝까지
받아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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