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81
유기견의 눈은 아직 낮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231쪽
유기견의 눈은
높이 들리지 않는다
바닥과
같은 선에서
세상을 본다
올려다보는 대신
넘어가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낮은 눈은
두려움의 표시가 아니라
먼저 다치지 않기 위한
각도였다
유기견은
멀리 보지 않는다
멀다는 말은
도착을 전제로 하지만
그 전제는
이미 여러 번
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은
가까운 것만
확인한다
바닥의 균열,
움직이지 않는 그림자,
지나간 자리가
다시 겹치지 않는다는 사실
낮은 시선은
기대를 키우지 않았고
실망도
부풀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왜 고개를 들지 않느냐고
그러나
고개를 든다는 말은
불릴 준비가 되었을 때의
언어다
유기견의 눈은
아직
낮다
사회가
높은 곳만
보라고 재촉할 때
그 눈만
끝까지
바닥 가까이에 남아
지나간 것들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용히
확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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