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82

유기견은 사라진 손을 향해 몸을 둔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234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82번 「유기견은 사라진 손을 향해 몸을 둔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손을
찾지 않는다
이미 없다는 사실을
몸이
먼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라진 방향으로
몸을 둔다
돌아오기를 기대해서가 아니라
사라졌다는 위치를
잊지 않기 위해서
손은
떠났지만
방향은
남아 있었다
유기견은
그 선을
지우지 않았다
몸을 둔다는 것은
다가가겠다는 뜻이 아니라
관계가 끝난 자리를
확정된 채로
두겠다는 태도에 가깝다
사라진 손은
다시 닿지 않지만
그 각도만큼은
아직
몸에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왜 없는 것을 향하느냐고
그러나
없는 쪽을 향하는 일은
없음을
없던 일로 만들지 않기 위한
방식이다
유기견은
사라진 손을 향해
몸을 둔다
사회가
손을 거둔 뒤
방향까지 지우려 할 때
그 몸만
끝까지
그 자리에 남아
한때
닿았던 관계가
어느 쪽에서
사라졌는지를
조용히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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