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0
유기견의 눈은 아직 젖어 있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258쪽
유기견의 눈은
울고 있지 않다
그러나
마르지도 않았다
젖어 있다는 것은
지금 막 울었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말라갈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상태에 가깝다
눈에는
소리 없는 물기가
얕게 고여 있었다
흘러내리지도
증발하지도 않은 채
그 물기는
감정이 아니라
시간의 흔적이었다
기다림이
눈까지 도달했을 때
몸이
잠시
머무른 자리
유기견은
그 눈을
닦지 않는다
닦는다는 말에는
끝났다는 판단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는 괜찮아 보인다고
그러나
괜찮다는 말은
마른 눈을
전제로 한다
유기견의 눈은
아직
젖어 있다
사회가
눈물을
사라진 것으로
처리할 때
그 물기만
끝까지
남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여기까지
흘러온 시간을
조용히
담고 있었다
이어지는 시는 시집을 구매한 독자에게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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